나입 부켈레 대통령, 권력 집중 논란 속 세 번째 임기 가능성 열려
2025년 7월 31일, 엘살바도르 국회는 대통령의 임기 제한을 철폐하고, 대통령 임기를 기존 5년에서 6년으로 연장하는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로써 나입 부켈레(Nayib Bukele) 대통령은 무제한 재출마가 가능한 법적 기반을 갖추게 되었으며, 조기 대선을 통해 세 번째 임기까지 노릴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나입 부켈레 대통령
사진: AndreX 제공, Wikimedia Commons / 라이선스: CC BY-SA 4.0
개헌을 위한 사전 작업: 헌법 절차부터 바꾼 부켈레 정부
부켈레 정부의 개헌 작업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단계적으로 진행되어 왔습니다. 원래 엘살바도르 헌법은 대통령의 연임을 명백히 금지하고 있었으나, 2021년 부켈레 대통령이 지명한 대법관들이 구성된 최고법원이 “대통령의 재출마는 인권”이라며 판결을 내리면서 두 번째 임기 도전이 허용되었습니다.
더 중요한 변화는 올해 초에 일어났습니다. 부켈레 정부는 헌법 개정 절차 자체를 바꾸었습니다. 기존에는 개헌안이 다음 국회로 넘겨져 다시 한번 비준을 받아야 했으나, 이제는 현 의회에서 즉시 표결과 비준을 함께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습니다. 이 절차 변화가 이번 개헌의 신속한 통과를 가능하게 만든 핵심 요인이었습니다.
개헌안 발의와 주요 내용
개헌안은 부켈레 대통령의 여당인 ‘신생 아이디어(New Ideas)’당 소속 아나 피게로아(Ana Figueroa) 의원의 발의로 시작되었습니다. 개정 대상은 헌법 조항 다섯 개에 이르며,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대통령 임기 제한 폐지 (무기한 재출마 가능)
- 대통령 임기 연장: 5년 → 6년
- 대통령 및 국회의원 선거 동시 실시
- 결선 투표제 폐지: 과반 득표 없이 다수 득표만으로 당선 가능
- 현행 임기 조정: 부켈레의 임기 종료일을 2029년 6월 1일 → 2027년 6월 1일로 앞당김
여당 측은 이번 개헌을 “권력을 국민에게 되돌리는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피게로아 의원은 “국민이 원하는 지도자를 계속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라며 “임기 제한은 오히려 국민의 선택권을 제약하는 반민주적 장치”라고 주장했습니다.
국회 통과: 2시간 만의 신속 처리
개정안은 국회에서 단 2시간도 채 되지 않아 토론 없이 표결 및 형식적 비준까지 모두 마쳤으며, 총 60석 중 57명이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반대는 단 3명이었고, 그 중 한 명인 야당 민족주의공화동맹(Arena)의 마르셀라 비야토로(Marcela Villatoro) 의원은 본회의장에서 “오늘 엘살바도르의 민주주의는 죽었습니다”라는 팻말을 들고 항의했습니다.
부켈레의 정치적 자산: 치안 성과와 높은 지지율
나입 부켈레 대통령이 이같은 개헌을 추진할 수 있는 배경에는 엘살바도르 국민들의 압도적 지지가 있습니다. 그의 핵심 정치 자산은 범죄와의 전쟁에서 거둔 성과입니다.
한때 서반구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였던 엘살바도르에서 부켈레는 갱단 소탕 작전을 통해 치안 상황을 극적으로 개선했습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살인율이 90% 이상 감소했으며, 갱단의 영향력이 현저히 약화됐습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부켈레는 2024년 재선에서 83%라는 압도적 득표율로 승리했습니다.
지지층들은 “부켈레 없이는 다시 옛날로 돌아갈 것”이라며 그의 장기 집권을 오히려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0% 이상이 부켈레의 세 번째 임기를 지지한다고 나타났습니다. 과거 자신을 “세계에서 가장 쿨한 독재자”라고 자칭했던 부켈레에 대해서도 지지층은 “결과가 좋으면 독재든 뭐든 상관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인권 단체와 야권의 강력 반발
하지만 부켈레의 강경 치안 정책과 이번 개헌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습니다. 인권 단체들은 긴급사태 선언 아래 수만 명의 젊은 남성이 재판 없이 무더기로 구금되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한 정부 비판 인사나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최근 체포되거나 해외로 탈출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권 단체 크리스토살(Cristosal)은 2025년 7월, 정부 탄압을 피해 엘살바도르를 떠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야권에서는 이번 개헌을 오히려 권력의 독점과 민주주의의 심각한 후퇴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비야토로 의원은 “치안 개선이라는 성과를 인정하더라도, 그것이 민주주의 제도를 파괴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국제 사회의 우려: “라틴아메리카 권위주의 패턴”
국제 인권 단체들은 이번 개헌을 권위주의 체제 구축을 향한 중대한 경고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의 미주 담당 부국장 후안 파피에르(Juan Pappier)는 “이번 조치는 법치를 약화시키고 권력을 집중해 결국 권위주의로 나아가는 전형적인 길”이라며 다음과 같이 경고했습니다.
“부켈레는 지금 라틴아메리카에서 종종 목격된 전례를 따르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니카라과의 다니엘 오르테가처럼, 인기를 이용해 헌법을 바꾸고 장기집권 체제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다.”
크리스토살의 노아 불록(Noah Bullock) 역시 “무기한 집권은 모든 권위주의 지도자의 목표이며, 이를 위해 헌법을 고치는 것은 잘 알려진 방식”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이번 개정이 “법보다 특정 정치 가문에 권력을 쏠리게 만드는 명백한 조치”라고 경고했습니다.
헝가리의 오르반, 터키의 에르도안 등도 유사한 방식으로 권력 집중을 강화한 바 있어, 엘살바도르의 사례가 세계적인 민주주의 후퇴 흐름의 일부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엘살바도르 민주주의의 기로
개헌안은 현재 모든 법적 절차를 마쳤으며, 부켈레 대통령의 입장 발표는 아직 없지만, 그의 세 번째 임기 도전은 사실상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엘살바도르는 이제 대통령이 사실상 영구 집권할 수 있는 헌법 구조를 갖게 되었습니다. 치안 개선이라는 실질적 성과와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한 권력 집중이 과연 장기적으로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될지, 아니면 민주주의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실험이 될지는 시간이 증명할 것입니다.
엘살바도르의 선택은 향후 중남미는 물론 전 세계 민주주의 발전에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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