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6천만 명이 폭염 경보 아래 있던 바로 그날, 미국 정부는 기후 규제의 핵심인 ‘위해성 판정’을 없애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보다 더 아이러니한 시점이 있을까요? 마치 집에 불이 났는데 소방서를 없애겠다고 하는 격이죠. 대체 무슨 일일까요?
✅ 핵심요약
폭염 속에서 온실가스 규제를 없애겠다는 미국, 이제 기후 대응은 누가 하나요?
- 뭘 없애는가: 위해성 판정 (온실가스 규제의 법적 근거)
- 이유: 트럼프의 석유·가스 산업 지원 정책
- 결과: 자동차, 발전소 등 온실가스 규제가 사라질 수 있음
🔥 주요 반응
- 과학자들: “지구 전체가 위험해진다” 강력 반발
- 환경단체: “과학도 법도 무시하는 짓” 법정 대응 예고
- 정부 보고서는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이 작성, 신뢰성 제로
🌍 왜 전 세계 문제인가?
- 미국이 빠지면: 중국, 인도 등도 “우리도 안 해도 되네” 할 수 있음
- 정책 불안정: 정권 바뀔 때마다 과학적 사실도 바뀐다는 위험한 선례
- 파리협정 붕괴: 국제 기후 약속 전체가 흔들림

미국 EPA의 위해성 판정 철회 시도
2025년 7월, 미국 전역이 기록적인 더위로 고통받던 날,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지난 16년 동안 기후 대응의 법적 기반이 되어온 ‘위해성 판정(endangerment finding)’을 철회하겠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결정은 미국 전체의 기후 대응 체계를 근본부터 흔들 수 있는 조치입니다.
‘위해성 판정’이란?
‘위해성 판정(endangerment finding)’은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가 인간의 건강과 복지에 해를 끼친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자동차, 발전소, 항공기 등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습니다. 2009년, EPA는 과학적 분석을 바탕으로 이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법적 기반은 미국의 모든 기후 정책의 출발점이 되었고, 실제로 자동차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08년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습니다.
이번에 바뀌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와 EPA 청장 리 젤딘은 이 판정을 아예 없애겠다고 밝혔습니다. 젤딘은 이를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제 철폐 조치”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는 EPA가 원래 갖고 있지 않은 권한을 오바마 정부가 자의적으로 확장했다고 주장하면서, 자동차뿐 아니라 항공기, 고정오염원(공장 등)까지 규제가 퍼진 점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발표가 있었던 날, 미국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인 1억 6천만 명이 폭염 경보를 받고 있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런 상황이야말로 온실가스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합니다.
과학계와 환경단체 반응
기후과학자 마이클 만 교수는 “이번 조치는 지구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지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염, 홍수, 산불 같은 자연재해가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로 인해 더 심각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전 EPA 법률 책임자였던 데이비드 도니거는 “이번 시도는 과학과 법률 모두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미 대법원은 2007년에 온실가스도 대기오염물질에 포함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고, EPA는 이를 바탕으로 규제를 해왔기 때문입니다.
환경단체 시에라클럽과 Earthjustice, Natural Resources Defense Council 등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이 조치가 최종 확정될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더 큰 계획
이번 발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해온 ‘드릴, 베이비, 드릴’이라는 에너지 확대 전략의 일환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초 ‘에너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겠다고 말했고, 이에 따라 EPA는 31개의 환경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 계획에는 전기차 확대를 유도하는 배출가스 규제 폐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같은 날 미국 에너지부(DoE)는 150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를 발표해 이번 조치를 정당화했습니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회의론자 중심의 소수 과학자들이 작성했고, 기후 변화에 대한 과학적 합의를 부정하는 내용이 많아 전문가들 사이에서 강하게 비판받고 있습니다.
마이클 만 교수는 이 보고서에 대해 “화석연료 업계의 주장을 반복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고, 하버드대 교수 나오미 오레스케스는 “사이비 과학을 공식 정책의 근거로 삼으려는 위험한 시도”라고 비판했습니다.
이 결정이 법적으로 가능한가요?
EPA는 앞으로 45일간의 의견 수렴 기간을 거친 뒤, 최종 결정을 내릴 계획입니다.
그러나 이미 여러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이 조치가 대법원의 기존 판결과 충돌한다고 보고 있으며, 확정될 경우 연방법원과 대법원까지 가는 법적 공방이 예상됩니다.
콜럼비아대 법학자 마이클 게러드 교수는 보수 성향의 대법원이 이 사안을 어떻게 판단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으며, 환경단체 Earthjustice는 “과학적으로도, 법적으로도 이 조치는 유지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기후 재난 속 시민들의 목소리
텍사스에서는 최근 대규모 홍수로 135명이 사망했으며, 이 중에는 어린이 27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환경운동가 마누엘 살가도는 “이 같은 재난은 온실가스가 초래한 기후 변화 때문이며, 정부가 이를 방치한다면 수많은 가족이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PA 내부 과학자들의 대규모 해고, 독립 연구기관의 예산 삭감 등도 함께 진행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미국 내 과학 기반 정책 결정 시스템 자체가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 사안이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이유
이번 조치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은 파리기후협정 같은 국제 기후 협약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자국의 법적 근거를 스스로 없애버릴 경우, 다른 국가들의 기후 대응 노력도 약화될 수 있습니다.
특히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주요 배출국들이 미국의 태도를 보고 자국의 감축 목표를 재조정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한,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정치적 이유로 무시하거나 폐기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과도 충돌합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과학적 합의를 폐기할 수 있다면, 정부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도는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사안은 과학에 대한 신뢰, 국제 사회에 대한 책임, 그리고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는가를 동시에 묻는 중대한 시험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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