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홍수와 기후위기: 다리와 발전소 붕괴… 복구만으론 부족하다

산사태가 삼켜버린 국경, 멈춰선 무역로

2025년 7월, 네팔 북부 라수와(Rasuwa) 지역에서 두 차례의 홍수가 발생했습니다. 연속된 홍수는 네팔과 중국을 잇는 핵심 교통망을 파괴하며, 수천 명의 생계를 한순간에 앗아갔습니다.

수십 년간 쌓아온 국경 무역의 토대, 지역 주민들의 일자리, 그리고 ‘견고하다’고 믿었던 현대 인프라에 대한 신뢰까지 모두 진흙탕 속으로 사라져버렸습니다.

네팔에서 무슨 일이?

● 첫 번째 홍수: 7월 8일

  • 2025년 7월 8일, 네팔-중국 국경 지역에서 보테코시 강(Bhotekoshi River)이 범람하며 큰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 전문가들은 북쪽 36km 떨어진 지역의 빙하호수가 갑자기 무너진 것이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 이 급류로 인해 우정의 다리(Friendship Bridge)가 완전히 유실되었고, 9명이 숨지고 20명이 실종, 150명 이상이 구조되었습니다.

  • 함께 무너진 신축 중 드라이포트(내륙 물류기지)는 네팔과 중국 사이의 무역을 담당할 핵심 시설이었으며, 연간 7억 2,400만 달러 규모의 교역이 중단되었습니다.

● 두 번째 홍수: 7월 30일

  • 같은 지역에서 약 3주 뒤 또 한 차례의 홍수가 발생했습니다.

  • 피해 규모는 앞선 홍수보다 작았지만, 이미 약해진 기반시설에 추가적인 손상을 남겼습니다.

기반시설 피해 현황

● 수력발전소 10기 손상

  • 홍수로 인해 10기의 수력발전소가 피해를 입었습니다.
  • 이 중 3기는 공사 중이었습니다.
  • 전체 발전 용량은 약 60만 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 대표적인 피해 시설로는 라수와가디 수력발전소(Rasuwagadhi Hydropower Plant)가 있습니다.

● 물류 교통 두절

  • 우정의 다리 붕괴로 인해 양국을 연결하는 유일한 도로가 끊겼고,
  • 무역 트럭들이 도로에 고립되었습니다.
  • 주민들은 직접 짐을 나르거나 포터(인부)들을 동원해 생필품을 옮겨야 했습니다.

지역 주민 피해

우르켄 타망(Urken Tamang) 씨는 드라이포트 건설 이후 기존 농지를 팔고 주차 관리인으로 일해 왔지만, 이번 사태로 수입이 완전히 중단됐습니다. 가족과 함께 운영하던 작은 찻집도 손님이 끊기면서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2015년 지진으로 모든 게 무너졌고, 간신히 다시 일어나려던 차에 이번 홍수가 또 닥쳤습니다.”

지방정부 관계자 카미 체링(Kaami Tsering)은, “마을 피해는 크지 않았지만, 다리와 드라이포트가 완전히 파괴되면서 지역 주민들의 생계가 무너졌다”고 전했습니다.

“보테코시 강은 지금 다시 평온해졌지만, 주민들은 또 이런 일이 생길까 봐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 불안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전문가 분석

존 포머로이(John Pomeroy) 교수(캐나다 서스캐처원대 수문학자)는 말합니다. “인프라를 설계할 때 과거 데이터를 기준으로 삼는 방식은 이제 무의미합니다. 지금은 기후가 달라졌고, 미래 위험은 훨씬 더 큽니다.”

그는 “재난이 반복된 지역에 기존 방식으로 복구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선택”이라며, 기존 복구 관행의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네팔의 구조적 과제

비핀 둘랄(Bipin Dulal) 박사(ICIMOD 분석가)는 이번 사례에서, “지진 대응은 잘했지만 홍수와 빙하호 위험은 과소평가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향후 재건에서 “극단적인 재해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견딜 수 있는 구조물로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ICIMOD는 여러 재난을 동시에 고려하는 ‘다중재해 위험 평가 시스템’을 개발 중이며, 이를 지역 건설기준에 포함시키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시아 지역의 재해

2024년 한 해 동안, 아시아 지역에서는 167건의 대형 재해가 발생했습니다. (폭염, 홍수, 태풍, 지진 등 포함)

이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치이며, 피해 금액은 320억 달러(약 43조 원)에 달합니다.

CDRI(Coalition for Disaster Resilient Infrastructure)에 따르면, 네팔의 기존 인프라 중 1,240억 달러 규모가 기후 재해에 취약하며, 이대로라면 매년 수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지원과 한계

  • 2023년 유엔은 기후 손실 및 피해 기금(Loss and Damage Fund)을 출범시켰습니다.

  • 현재까지 확보된 기금은 약 3억 4,800만 달러입니다.

  • 하지만 실제 필요한 연간 피해 규모에 비하면 극히 부족한 수준입니다.

  •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ADB) 등도 일부 보조금 및 대출을 통해 기후 대응형 인프라 건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와 인프라 전략의 전환점

이번 홍수는 기후위기가 인프라, 무역, 외교, 지역 경제까지 연결된 시스템에 어떤 충격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 인프라는 이제 ‘안보’의 문제입니다.

남아시아 지역의 교량이나 발전소는 국가의 무역 통로이자 경제 안정의 기반입니다.

그러나 현재 인프라 설계는 기후 리스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재난 발생 시 경제·사회적 충격이 확산되는 구조를 만들어냅니다.

● ‘복원력’ 없는 개발은 더 큰 비용을 남깁니다.

과거에는 에너지 효율이나 성장률이 인프라 투자 판단의 기준이었지만, 이제는 극한 재해를 견딜 수 있는 구조적 회복력(resilience)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복원력을 갖춘 인프라는 미래의 수십억 달러 손실을 미리 막는 투자입니다.


국제 협력은 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기후 재해로 인한 피해는 대부분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낮은 저소득국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는 기후정의(climate justice)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재건 자금만으로는 이 불균형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필요한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 선진국이 기후 피해 비용을 함께 부담하는 새로운 지원 방식
  • 현지 주민들이 직접 복구 계획을 세우고 결정할 수 있는 권한 확대
  • 기후 재해 대비를 정부 핵심 예산과 정책에 필수 요소로 포함

라수와 홍수는 기후 재해가 더 이상 예외적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복구를 넘어선 근본적 전환, 그리고 취약계층이 배제되지 않는 국제 협력 체계가 절실한 시점입니다.


🔗 관련뉴스 링크
Frequent disasters expose climate risks to infrastructure in South As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