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 9개월 시위 끝에 폭발한 분노… 경찰 폭력과 정권 위기의 현장

지난 9개월간 지속돼 온 세르비아의 반정부 시위가 최근 사흘 연속 격렬한 충돌로 번졌습니다.

정부의 부패와 무책임에 항의하며 거리로 나선 시민들에게, 경찰은 최루탄곤봉을 사용했습니다.

시민들은 공권력의 과도한 폭력과 민간 폭력의 동원에 항의하고 있습니다.

✅ 핵심요약

📅 시위 현황

  • 사흘 충돌: 베오그라드 등 전국에서 경찰·여당 지지세력과 대치
  • 다수 체포: 수십 명 연행, 청년·학생 다수 포함

🚨 폭력과 논란

  • 경찰 과잉진압: 곤봉·발길질, 수갑 상태 폭행 영상 확산
  • 용역 폭력배: 검은 옷 집단, 경찰과 협조 정황

🗳️ 정치 변화 조짐

  • 시위대의 요구: 사고 책임자 처벌 요구에서 조기 총선·정권 교체 요구로 확대
  • 여론 추세: 여당 지지율 40%대, 야권 지지율 50% 이상으로 선거 시 야권 우세 전망

🔎 사건 배경

지난해 11월, 세르비아 북부 도시 노비사드의 한 기차역에서 막 보수를 마친 콘크리트 구조물이 무너져 16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유가족과 시민들은 “낙찰·공사·감리에 이르는 전 과정이 정권과 가까운 업체로 엮여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학생들이 앞장서서 거리로 나왔습니다.

시위는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장기전으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올해 여름 들어 충돌의 강도가 빠르게 높아졌습니다. 최근 사흘 동안 벌어진 대치에서는 경찰력강하게 투입되었고, 여당 지지 성향의 복면 집단이 등장해 긴장이 치솟았습니다.

정부는 질서 유지를 강조하지만, 현장에서 찍힌 영상과 증언은 과도한 물리력이 행사됐다는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금요일 저녁, 다음 대규모 시위가 다시 잡혀 있습니다. 구호는 간명합니다. “우리는 주먹받이가 아니다.(Let’s show them we are not a punching bag)”

참가자들은 경찰 폭력 중단, 용역 폭력 배제, 노비사드 참사에 대한 실질적 책임 추궁, 조기 총선 실시를 핵심 요구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 ‘빨간 손바닥’ 상징

시위대는 피로 물든 손바닥을 형상화한 붉은 문양을 상징으로 정했습니다.

‘빨간 손바닥’은 “피해를 잊지 않겠다”는 의지와 “더 이상의 부패를 막겠다”는 다짐을 함께 뜻합니다.

시위는 매주 혹은 격주로 이어졌고, 베오그라드에서는 몇 달 사이 네 차례 10만 명이 넘는 집회가 열렸습니다. 3월 중순에는 약 30만 명이 모였다는 추정이 나왔습니다.

인구 약 600만 명인 나라에서, 이는 매우 이례적인 규모입니다.


🧭 시위의 방식: 대학 점거, 도로 봉쇄, 그리고 ‘16분 추모’

초기의 시위는 비폭력 원칙을 철저히 지켰습니다. 대학 캠퍼스 점거와 평화 행진, 상징적 도로 봉쇄가 대표적입니다.

특히 희생자 16명을 기리기 위해 교차로를 정확히 16분 동안 멈추는 추모가 널리 퍼졌습니다. 이 방식은 시민들의 공감을 얻었고, 강경 대응의 명분을 줄이려는 의도도 담겨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평화적 시도가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벽에 부딪혔습니다. 검찰이 일부 절차를 시작했지만, 법원 단계에서 진전이 없다는 인식이 퍼진 것입니다.

“절차가 돌아가도 책임은 묻지 못한다”는 체념 섞인 평가가 쌓이자, 시위대의 요구는 점차 “정치적 교체” 쪽으로 이동했습니다.


🚨 전환점: 6월 말 ‘해산 국면’의 강경 진압

올해 6월 말,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가 끝나던 순간이었습니다.

참가자들이 해산하던 시점에 경찰이 넓은 지역에서 강하게 진압에 나섰습니다. 최루탄곤봉사용됐고, 수백 명이 체포되었습니다. 체포자 중 상당수가 20대 청년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시위 전술을 바꾸는 기폭제가 됐습니다.

16분의 상징적 봉쇄는 수시간에 이르는 장기 봉쇄로 변했고, 경찰 접근이 감지되면 인근 도로로 재빠르게 이동해 봉쇄를 이어가는 ‘확산·회피’ 방식이 자리 잡았습니다.

시위대는 직접 충돌을 피하면서도 도시 기능에 무게를 주는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 이번 주 사흘 충돌의 현장

가장 최근 사흘 동안의 대치에서는 긴장 수위가 한층 높았습니다.

여당 세르비아진보당(SNS)의 지지 성향 집단이 도심 주요 거점과 당사 주변에 나타났고, 시위대는 이들이 신호탄·폭죽·돌·유리병을 던지며 도발했다고 말합니다.

경찰은 최루탄과 방패, 곤봉을 사용해 시위대를 해산했고, 전국 각지에서 체포된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대통령 알렉산다르 부치치(Aleksandar Vučić)는 “추가 체포가 뒤따를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그는 또 시위 배후에 정체가 분명치 않은 외국 세력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정부의 설명대로 질서가 위협받고 있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현장 영상에서 보이는 과도한 물리력과 비공식 집단의 활동은 큰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 ‘검은 옷’ 집단의 등장

이번 사태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하나 있습니다. 검은 티셔츠·반바지·야구모자로 맞춰 입은 집단이 여당 당사 주변을 지키겠다며 등장한 것입니다.

겉으로는 자발적 지지자처럼 보이지만, 현장에서는 막대기 등을 들고 시위대를 몰아가거나 충돌을 유도하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목격되었습니다.

문제는 이들의 활동이 경찰 작전과 맞물려 보인다는 점입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들이 먼저 대치선을 만들고, 그 직후 경찰이 투입되는 장면이 연이어 포착됐습니다. 심지어 현장에서는 경찰이 이들에게 지시를 받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이 집단 가운데는 중범죄 전력이 알려진 인물이 있습니다. 조르제 프렐리치는 2009년 프랑스 축구 팬 브리스 타통 사망 사건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인물인데, 최근 시위 현장에서 목격됐습니다.

시민사회는 이들을 우크라이나의 사례에서 차용한 표현으로 ‘티투슈키(titushky)’형 용역 폭력이라고 부릅니다.

국가의 독점 영역이어야 할 물리력이 비공식 집단으로 분할되는 순간, 법치와 공공 안전은 근본부터 흔들립니다.


📹 영상으로 드러난 폭력, 서로 다른 해명

SNS에는 충격적인 장면이 여럿 퍼졌습니다.

곤봉을 든 진압 경찰이 사람을 넘어뜨린 뒤 발로 차고, 수갑을 채운 상태에서 계속 구타하는 영상이 반복적으로 올라왔습니다. 쓰러진 대상이 여성이나 젊은 참가자인 경우도 많았습니다.

다른 영상에서는 젊은 피체포자들이 벽을 보고 무릎을 꿇은 채 등을 피로 적신 모습이 보였습니다.

이에 대해 내무장관 이비차 다치치는 “경찰이 도리어 아무 이유 없이 공격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지난밤 경찰 75명이 다쳤고 차량도 여러 대 파손됐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야당 지도자 드라간 찌라스는 “정권에 반대하면 거리에서 맞는다. 정치인도 예외가 없다”며 장관 해임을 요구했습니다.

양측의 주장은 정반대 방향을 가리킵니다. 공통의 사실은 부상자가 많다는 점, 그리고 현장에서 조직화된 폭력이 다방향으로 표출되었다는 점입니다. 이 장면들은 세르비아 사회가 얼마나 예민한 임계점에 서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 요구의 이동: 책임 추궁에서 조기 총선으로

처음에는 노비사드 참사와 관련된 법적·정치적 책임을 묻는 데 초점이 있었습니다.

검찰이 일부 절차를 시작했지만, 법원에서 확인되지 않으면서 시민들의 신뢰는 빠르게 사라졌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응답이 없다는 체감이 커지자, 시위대의 핵심 요구는 “체제를 바꿀 수 있는 통로”조기 총선으로 옮겨갔습니다.

정권은 “책임을 묻고 있다”고 말합니다. 7월 말에는 전직 장관 2명을 포함한 관계자들이 베오그라드–수보티차 고속철 사업과 관련해 1억 달러 규모의 사기 혐의로 체포되었습니다.

그러나 정권 우호적인 언론이 수사를 추진한 검사들을 공격했고, 실제 유죄로 이어질지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일부에서는 “대통령의 사법 장악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해석도 제시됩니다.

여론의 변화도 눈에 띕니다. 최근 신뢰할 만한 조사에서 여당 연합의 지지율은 40~41%, 야권은 50%를 넘겼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야권이 단일 명부로 나서든 두세 갈래로 나눠 나서든 승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치치 대통령은 “추가 체포”를 예고하면서도, 조기 선거에는 선뜻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편 장기 시위로 국정이 지체되는 현상은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 정권 지지층의 변화

세르비아진보당(SNS)은 2019년 베오그라드에서 약 6만 명을 동원하는 맞불 집회를 연 바 있습니다.

당시에는 정권 지지층의 결집 능력이 상당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양상이 달라졌습니다.

여당이 공지한 지지 집회에 자발적 참여가 크게 줄었고, 공공기관 종사자나 계약직, 복지 수혜자 등 ‘참석 압박’을 받는 이들이 중심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 같은 동원력 약화가 ‘검은 옷’ 집단의 동원과 맞물렸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 대외 변수: EU 가입 추진, 러시아·중국과의 밀착

세르비아는 EU 가입을 공식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알렉산다르 부치치는 과거 극우 성향의 세르비아급진당에서 정치를 시작했지만, 훗날 EU 지지 발언을 이어왔습니다.

동시에 러시아와 중국과의 긴밀한 협력도 유지하고 있습니다. 에너지·인프라·안보 분야에서 이들 국가의 영향력이 적지 않습니다.

이번 사태로 민주주의 후퇴와 인권 침해 문제가 부각되면, EU 협상은 더디게 흘러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러시아와 중국은 정치 불안정 속에서 영향력을 키우려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EU 확대 담당 위원(Commissioner for Enlargement) 마르타 코스(Marta Kos)는 이번 주 폭력 사태에 깊은 우려를 표했습니다. 외교 지형이 미묘하게 재배열되는 순간, 국내 정치의 선택은 국제적 파장과 직결됩니다.


🌐 세르비아 시위에서 본 민주주의의 현주소

형식적 민주주의의 한계

세르비아의 현재 상황은 발칸 지역 민주주의의 실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선거라는 민주적 절차는 유지되고 있지만, 그 기반이 되어야 할 언론 환경사법부 독립은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입니다. 유권자들이 공정한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는 환경 자체가 무너져 있는 것입니다.

국가 폭력의 민영화와 그 위험성

더욱 심각한 것은 정부가 공식적인 공권력 대신 비공식 집단을 동원해 시위를 진압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시위를 억누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국가 권위 자체를 훼손하고 더 큰 정치적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청년 세대의 각성과 변화 동력

이번 시위에서 주목할 점은 대학생과 청년층이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낮은 임금, 높은 실업률, 해외 이주 압력, 만연한 부패 속에서 성장한 세대입니다.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를 직접 경험하면서, 근본적인 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청년층의 이러한 조직적 움직임은 기존 정치 질서에 균열을 가져올 수 있는 중요한 변수입니다. 이들이 얼마나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느냐가 세르비아 정치 변화의 핵심 요소가 될 것입니다.

국제 관계와 내정의 연결고리

세르비아가 EU 가입을 원한다면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는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국제적 관계는 여러 변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세르비아도 다양한 외교적 선택지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정치적 위기가 어떻게 해결되느냐에 따라 세르비아의 민주주의 발전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수용하고, 제도적 개혁을 어떻게 추진하느냐가 앞으로의 정치적 안정과 국가 발전에 핵심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 마무리

세르비아발칸 반도의 교차로에 위치해 있습니다. 경제, 에너지, 안보의 연결선이 지나가는 지점이며, EU의 확장 정책과 러시아의 영향권이 만나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런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세르비아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변화는 주변국들에게도 중요한 신호가 됩니다.

진행 중인 제도적 시험

지금 세르비아에서는 여러 차원의 시험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도부가 공권력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사법부가 정치권력으로부터 얼마나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 그리고 시민들이 얼마나 지속적이고 조직적으로 정치 참여를 이어갈 수 있는지가 검증받고 있습니다.

시급한 해결책 모색

현재의 정치적 교착상태가 길어지면 경제적 타격사회적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긴장을 완화하려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합니다.

시민들이 거리에서 요구하는 것은 명확합니다.

  • 책임 규명: 노비사드 참사에 대한 책임 규명, 시위 진압 과정에서 발생한 폭력에 대한 투명한 조사와 처벌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 조기 총선: 현 정부를 더 이상 믿을 수 없으니, 새로 선거를 해서 국민이 다시 선택하게 하자는 요구입니다.
  • 근본적 개혁: 노비사드 참사 수사를 방해하는 언론과 정부의 개입에서 보듯이, 현재의 권력 구조 자체가 문제라는 인식입니다. 시민들이 진정한 선택권을 갖고,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가 되도록 제도를 뿌리부터 바꿔야 한다는 것입니다.

신뢰 회복의 길

해결의 열쇠는 이 요구들을 하나로 엮는 데 있습니다.

노비사드 참사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 공권력 남용에 대한 조사, 조기 총선을 통한 새로운 정치적 출발, 그리고 언론-사법-행정이 서로 견제하고 균형을 이루는 새로운 사회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와 같은 폭력적 대응이 정상적인 통치 방식으로 굳어지는 것을 막는 일입니다. 지금의 선택이 세르비아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며, 그 영향은 발칸 지역 전체로 확산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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