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평화운동가 오데 하달린, 이스라엘 정착민 총격으로 사망

평화운동가의 죽음

2025년 7월, 요르단강 서안 점령 지역의 팔레스타인 마을 움 알카이르(Umm al-Khair)에서 평화운동가 오데 무함마드 하달린(Odeh Muhammad Hadalin)이 이스라엘 정착민의 총격으로 사망했습니다.

하달린은 교사이자 세 아이의 아버지였으며, 마을 공동체에서 오랫동안 평화적인 저항 활동을 해온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최근 오스카상을 수상한 다큐멘터리 《No Other Land》 제작에도 참여했습니다. 이 작품은 마사페르 야타(Masafer Yatta) 지역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 정착민의 폭력 속에서 자신의 땅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기록한 다큐멘터리입니다.

<No Other Land> 포스터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사건의 시작

사건 당일, 이스라엘 정착민들과 불도저가 움 알카이르 마을 인근에 나타났습니다. 불도저는 마을 주민의 사유지를 지나 정착촌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주민들은 나무와 울타리를 보호하기 위해 평화적으로 항의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 주민이 불도저에 머리를 맞아 혼수상태에 빠졌습니다.

이후 정착민들이 마을 쪽으로 계속 접근했습니다. 그중에는 이논 레비(Yinon Levi)라는 인물도 있었습니다. 그는 과거 팔레스타인인을 대상으로 한 폭력행위로 인해 유럽연합의 제재 대상에 오른 인물입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 역시 그를 제재했으나, 2025년 1월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후 이 제재는 해제됐습니다.

주민들은 “여기는 팔레스타인 땅이며, 이스라엘 법원조차도 이를 인정한 곳”이라며 강하게 항의했지만, 정착민들은 전혀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총격과 사망

주민들이 스마트폰으로 상황을 촬영하며 멈춰달라고 요구하던 중, 이논 레비는 갑자기 총을 꺼내 무차별적으로 발포했습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무기를 들고 있지 않았으며, 폭력적인 행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하달린은 총격 당시 중심 현장에 있지도 않았습니다. 그는 지역사회 센터에서 다른 주민들과 함께 있다가 총에 맞았습니다.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했습니다. 하달린에게는 남겨진 세 명의 어린 자녀가 있습니다.

추모조차 허락되지 않는 곳

며칠 뒤, 이스라엘 군은 추모식이 열리고 있던 공동체 센터에 들이닥쳐 기자, 가족, 활동가들을 강제로 내쫓고 섬광탄까지 사용했습니다. 이후 밤에는 마을을 급습해 팔레스타인 남성 8명을 체포했고, 사건 당일 체포된 5명을 포함해 총 13명이스라엘 군사법정에 넘겨졌습니다.

이논 레비는 이스라엘 민간 법원으로부터 가택 연금 조치를 받은 후 석방됐습니다. 이는 팔레스타인인에게는 군사법정, 이스라엘인에게는 민간 법원이 적용되는 이중적인 법적 시스템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하달린의 가족은 그가 평생 살아온 마을에 묻히기를 원했지만, 이스라엘 군은 이를 막고 인근 다른 마을에 매장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하달린을 기억하는 사람들

하달린은 지역 주민들과 국제 활동가들 사이에서 ‘가장 평화로운 사람’으로 기억됩니다. 그는 마을에 찾아오는 기자와 국제 활동가들을 직접 안내하며 마사페르 야타 지역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꾸준히 알렸습니다. 그의 죽음은 마을 사람들뿐 아니라, 그와 함께 활동해온 이들에게도 깊은 충격으로 남아 있습니다.

지금도 움 알카이르는 계속된 압박 속에 놓여 있습니다. 정착민의 폭력, 군의 단속, 그리고 행정적 제약이 주민들의 삶을 점점 더 조여오고 있습니다.

하달린의 죽음이 말하는 것들

하달린의 죽음은 팔레스타인-이스라엘 갈등의 본질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평화를 원하는 자는 죽임을 당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자는 보호받습니다.

가해자는 사실상 정부와 군의 묵인을 받는 정착민이고, 피해자는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입니다. 살인이 일어난 후 이스라엘군이 단속한 것은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 가족과 마을 주민들이었습니다.

이는 누구를 보호하고 누구를 억압할 것인지가 이미 정해져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것이 바로 이 땅에서 벌어지는 ‘법 집행’의 실체입니다.

이논 레비에 대한 제재가 갑자기 해제된 것 또한 매우 충격적입니다. 팔레스타인인을 죽이는 것이 정권에 따라 범죄가 되기도, 아니기도 하다는 뜻입니다. 국제사회의 소위 ‘인권’과 ‘평화’ 담론이 얼마나 허상인지 이보다 명확한 증거가 또 있을까요.

가장 낮고 평온했던 한 사람의 목소리가 이 세상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그 침묵은, 이제 그 어떤 외침보다 멀리, 깊이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관련뉴스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