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여름, 그리스와 포르투갈을 비롯한 유럽 각국이 다시 산불로 휘청이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로 인한 가뭄과 폭염이 일상이 된 지금, 산불은 더 이상 예외적인 재난이 아니라 매년 반복되는 계절 현상처럼 다가옵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산불의 규모와 빈도 모두 증가할 것이며, 유럽 사회가 ‘산불과 공존하는 법’을 배워야 할 시점이라고 말합니다.

그리스의 절박한 여름
2025년 7월, 그리스는 이틀째 이어지는 대형 산불과 싸우고 있습니다. 아테네 서쪽 펠로폰네소스(Peloponnese) 지역과 에비아(Evia), 키티라(Kythera) 섬에서는 산불이 멈추지 않고 있으며, 소방 항공기와 헬리콥터는 새벽부터 진화 작업에 나섰습니다.
특히 키티라 섬에서는 섬의 절반이 불에 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부시장 요르고스 코브니노스는 “주택, 올리브 나무, 벌통이 모두 피해를 입었고, 한 수도원이 직격탄을 맞을 위기에 처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지역은 강한 바람까지 더해져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에비아 섬에서는 밤새 여러 지역에서 다시 불길이 치솟았고, 농가 가축 수천 마리가 피해를 입었습니다. 전력망과 수도 시설도 심각한 피해를 입어, 일부 마을은 물과 전기가 끊긴 상태입니다. 수도 아테네 인근 지역에서는 산불로 인해 대피한 집들을 노리는 약탈 가능성에 대비해 경찰 병력이 추가로 배치되기도 했습니다.
그리스는 이번 여름 내내 40도 이상의 폭염에 시달렸고, 일부 지역에서는 45도를 넘기는 등 극한 기온이 이어졌습니다. 이 같은 기상 조건은 산불 위험을 극대화하는 주된 요인입니다.
포르투갈도 10만 헥타르 불타… 한 주 동안 ‘홍콩 크기’ 피해
2024년 가을, 포르투갈에서는 단 일주일 만에 100,000헥타르가 넘는 산림이 전소됐습니다. 이는 홍콩 전체 면적에 맞먹는 수준이며, 당시 위성 사진에서도 짙은 연기가 포착될 정도였습니다. 이 대형 화재로 최소 7명이 사망했고, 유럽 내에서 그해 가장 큰 피해를 남겼습니다.
이러한 규모의 산불은 예외가 아닌 ‘정착된 흐름(new normal)’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기후 변화가 부른 불확실한 여름
유럽과학자문위원회(EASAC)의 환경국장 토마스 엘름크비스트는 “유럽 곳곳에서 반복적인 장기 가뭄이 나타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2년에 한 번꼴로 대형 산불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그는 기후 변화가 산불 위험을 구조적으로 증가시키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유럽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온난화가 진행되는 대륙입니다. 지난 30년 동안 유럽의 평균 기온은 지구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빠르게 상승했습니다. 이에 따라 2100년까지 산불 발생 위험이 지금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도시화, 방치된 농지, 단일 수종 조림이 위험 키워
기후 요인 외에도 인간 활동 역시 산불 위험을 높이고 있습니다. 유럽 전역에서는 도시가 숲과 점점 가까워지고 있으며, 방치된 농지나 관리되지 않은 식생이 가연성 바이오매스로 남아 있습니다. 특히 침엽수, 소나무, 유칼립투스 같은 단일 수종으로 조성된 조림지는 불에 매우 취약합니다.
독일 브란덴부르크(Brandenburg) 지역의 보크발데(Borkwalde) 마을은 대표적 사례입니다. 산불 발생 경험이 있었음에도, 주민들은 점점 더 숲 가까이로 집을 짓고 있으며, 이에 따른 위험도 커지고 있습니다.
대응 능력은 늘었지만, 피해는 더 커진다
엘름크비스트는 “기술 발달과 대응 체계 개선 덕분에 산불의 건수와 피해 면적은 과거보다 줄어들었다”고 평가합니다. 하지만 최근의 산불은 훨씬 더 큰 규모와 강도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입니다.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 지중해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대응 능력이 뛰어나지만, 독일이나 네덜란드처럼 산불에 익숙하지 않은 나라들은 작은 불에도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해결책은 ‘함께 관리하는 자연’
전문가들은 산불을 단지 ‘진화의 대상’이 아니라, ‘관리의 대상’으로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산림청, 농민, 도시계획가가 협력하여, 토지와 숲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위험 지역에 대한 사전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저강도 산불을 일부러 발생시키는 ‘통제 화재(controlled burn)’는 건조 식생을 제거하고, 자연의 순환을 도와주는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EU의 자연복원법(Nature Restoration Law) 역시 탄소 흡수원이 되는 이탄지(peatland)를 되살리고, 숲을 지속가능하게 관리하기 위한 중요한 법적 기반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또한 드론과 AI 기술을 활용해 산림을 디지털 지도화하고, 가연성 식생의 회복 속도를 추적하는 등 첨단 기술도 산불 대응에 중요한 도구가 되고 있습니다.
산불은 피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산불은 더 이상 ‘비정상적인 기후 재난’이 아닙니다. 과학자들은 분명히 말합니다. 산불은 이미 우리 곁에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머무를 것이라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산불을 막을 수 있다는 환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사회적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가 마주할 여름은 이전과 다를 것입니다. 산불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고, 그 영향도 더 넓고 깊어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가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